영화 잡담

스탠리 큐브릭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SaintKhan 2014. 11. 12. 00:16


스탠리 큐브릭이 위대한 감독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인정한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영화들이 내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에, 우주에 대한 지식들을 머릿 속에 채워넣고 있다.

그래서 우주영화의 시초이자 정석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봤는데..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이 1968년작 영화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익숙함이 있다는 건데, 그 익숙함의 시작은 본디 이 영화로부터라는 사실이다.

음악, 편집, 캐릭터, 구성 등이 후세의 문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오마주 되고, 패러디 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지금 클리셰라고 느끼는 것들의 시초에는 이런 위대한 시작이 있다는 것.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후세 사람들은 그것이 뭐 대단한 것이냐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런 이들 조차 이미 그 가치들로 덮인 옷을 입은 상태라는 거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은 사실 조롱의 의미가 섞여있다. 

고난을 당하는 욥에게 친구가 잔소리 격으로 했던 말 중 하나인데, 내가 큐브릭에게 해도 조롱의 의미가 될 듯하다.

그의 시작이 지금 보면 작아보일지라도 실은 너무나 위대한 창작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