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감상평 (별 세 개 반) - 스포주의


1. 아들에게 완벽한 광대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의 이야기. 

독재정권의 또다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한 무명배우 김성근(설경구)와 그의 아들 태식(박해일)의 마음을 담은 영화다.


2. 실패한 공연을 보고 실망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로서 꼭 성공해야만 했던, 그래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김일성 되기'는 결국 높은 분들의 사정에 의해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이긴다는 '광자력 빔' 딱지 마저 통하지 않는 현실은 그를 외면했고, 그 또한 세상을 외면하며 자신의 꿈 속에서 사는 정신병자가 되어버렸다. 

부서진 마루 바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숨기고 김일성으로 살게 된 아버지. 

아들의 보물이 될지도 모를 그의 물건들과 원래의 자신인 배우 성근의 모습까지 묻어둔 그는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김일성의 혹까지 달게 되어버렸다.


3.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자식을 위해 완벽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사랑이다. 

"별안간 그들이 기뻐서 울었을 때, 나는 슬퍼서 울었노라"라는 대사를 외치는 그의 모습, "수령은 아버지 아니네?" 라는 말을 툭 던지는 그의 모습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아들과의 비밀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싶던 아버지의 마음.


4. 설경구의 연기는 대단하다. 지난 해, '소원'에서 보여준 부정에 대한 연기를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잘 표현한 것 같다. 

박해일은 역시 조금 날티나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또한 '잉투기'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류혜영도 참 반가웠다.


5. 주인공의 극중 이름이 나와 똑같아서 영화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에 좀 재밌기도 했다.


6. 결국 세습되는 것은 사랑이다. 

아버지에서 다시 또 다른 아버지로. 이젠 정말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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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Sicario) 감상평 / 별 네 개  (0) 2015.12.08
Posted by Saint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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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의 세련되고 긴장감 넘치는 편집 스타일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씬이 '소셜 네트워크'의 이 씬인 것 같다.

무한도전에서도 나왔던 영국 왕실 조정대회 헨리 로얄 레가타 씬인데 1분 40여초의 시간동안 굉장히 촘촘하고 빠르게 장면을 진행시켰다.

그리그가 작곡한 "Hall of the Mountain King"을 음악감독 트렌트 레즈너가 현대적이게 편곡하고 장면 상황에 맞게 박자까지 조절하면서 거의 완벽한 씬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소셜 네트워크'를 다른 감독이 맡았으면 영화가 이렇게 재밌었을까.

Posted by Saint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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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이 위대한 감독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인정한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영화들이 내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에, 우주에 대한 지식들을 머릿 속에 채워넣고 있다.

그래서 우주영화의 시초이자 정석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봤는데..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이 1968년작 영화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왠지 모를 익숙함이 있다는 건데, 그 익숙함의 시작은 본디 이 영화로부터라는 사실이다.

음악, 편집, 캐릭터, 구성 등이 후세의 문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오마주 되고, 패러디 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지금 클리셰라고 느끼는 것들의 시초에는 이런 위대한 시작이 있다는 것.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후세 사람들은 그것이 뭐 대단한 것이냐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런 이들 조차 이미 그 가치들로 덮인 옷을 입은 상태라는 거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은 사실 조롱의 의미가 섞여있다. 

고난을 당하는 욥에게 친구가 잔소리 격으로 했던 말 중 하나인데, 내가 큐브릭에게 해도 조롱의 의미가 될 듯하다.

그의 시작이 지금 보면 작아보일지라도 실은 너무나 위대한 창작이었기에.

Posted by Saint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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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봉한 영화 중 '노아'가 그랬다.

예고편만 보면, 영화 광고만 보면 성경에 충실한 기독교 영화처럼 보였다. 

그리고 극장에 간 기독교인들은 벙쪘다. 

내가 볼 때도 꽤 많은 중년들이 있었고, 그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난 속으로 그랬다. "속으셨군요. 감독이 아로노프스키인데.."


12월에 개봉하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또 그런 재미난 일들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리들리 스콧 옹이 재작년에 '프로메테우스'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극장에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리들리 스콧은 확실한 무신론자이고, '프로메테우스'는 외계생명체가 인류를 창조했다는 설정의 영화다. 


그러니까...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난 다음달에 벌어질 그 상황을 그냥 즐기려고 한다.

좀 변태인듯.




Posted by Saint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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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영화배우 잡담 - 미국과 영국(아일랜드)의 비슷한 포지션 두 배우



사실 이 두 배우에 대해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왜 쟤네는 자꾸 주연을 맡아? 사이언톨로지 광신도 탐 크루즈 형만큼 잘생기지도 않았고 최근 지구 영화계 최고 존엄 마이클 패스벤더처럼 미친 매력도 아니잖아!


제시의 대표작 '소셜 네트워크', '나우 유 씨 미: 마술 사기단'을 보면, 또 돔놀의 대표작 '어바웃 타임', '프랭크'를 보면 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풀린다.


제시의 경우엔 좀 더 날카로운 이미지로 굉장히 빠르게 대사를 처리하는 친구고, 돔놀은 그냥 옆집에 살 거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훅 들어오는 타입.

'나우 유 씨 미' 에서 제시의 연기가 조금이라도 구렸다면 헐크형 마크 러팔로나 우디 해럴슨, 영원한 쇼산나 멜라니 로랑한테 잡아 먹혔을텐데 영화를 끝까지 주도해나가는 것 보고 "아, 할리웃 감독과 제작자들이 괜히 뽑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돔놀은 다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보고 좋아했던 '어바웃 타임'보다 최근작 '프랭크'에서 더 매력이 발산된 듯. 내가 아무리 패스벤더 빠돌이지만 '프랭크'는 돔놀이 캐리했다.


이제 서른 둘, 앞으로 미친듯이 주연을 맡게 될 두 배우들인데 사실 어느 레벨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혹시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이 두 배우들 관심 있게 지켜봐봐요.


        

Posted by Saint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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