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그녀)
사실 난 이런 타입의 영화를 즐겨 보진 않는다.
재작년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중간에 조금 지루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특한 주제와 정말 예쁜 색감, 그리고 주옥같은 대사들이
이 영화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대상은 OS의 AI랑 연애하고
섹스(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까지 하는 주인공 씨어도어나
전설적인 문어발 연애를 하는 '그녀' 사만다가 아니라,
씨어도어의 친구 에이미였다.
남이 볼 땐 정말 별 거 아니라 느껴지는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삶과 가치를 투영시켜 완성해나가는
그녀의 많은 부분이 내 모습과 닮아있는 듯했다.
"난 늘 너무 생각이 많아서.. 내 스스로를 의심할 수백만가지의 방법을 찾아내곤 하잖아..
찰스가 떠나고 내 그런 성격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는데..
그러니까 결론은.. 우린 여기에, 그냥 잠깐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여기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내 자신이 즐거웠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다 X까라 그래"
가끔은 너무나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뒤로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내 미래의 시간들을 현재의 내가 잡아먹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미래의 행복한 자신을 상상하며 달린다는 생각도 한다.
난 사실 거창한 인생의 목표 따위는 없다.
내 자아 실현은 나의 소소하고 작은, 행복의 순간순간마다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의 행복이었던, 꿈이었던 사람이 나에겐 내 자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미친 짓이니까..
사랑이라는 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미친 짓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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